어느 자서전작가의 고백 "완벽한 글은 망한 것이다"
- 리퍼블릭 편집부

- 9월 5일
- 1분 분량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건 ‘과연 내가 쓸 만한 이야기를 갖고 있나?’ 하는 의문일 겁니다. 저도 원고를 함께 작업할 때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 분은 은퇴 후 일상을 정리하려고 원고를 쓰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출생부터 자녀 교육, 퇴직까지 빠짐없이 기록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써 내려가다 보니 책이라기보다는 이력서가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방향을 틀어, 퇴직 후 시골에서 텃밭을 일구며 다시 살아난 이야기만 집중했습니다. 결과는 훨씬 생생해졌죠. 독자에게 필요한 건 전부가 아니라, 저자의 삶에서 빛나는 몇 장면이었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글을 시작할 때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을 고민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투박하게 적은 문장이 더 힘이 있습니다. 예전에 한 기업 대표님이 인터뷰 중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회사가 망하는 줄 알았는데, 그날 사무실 창밖에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문장은 다듬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책에 실렸고, 독자들이 가장 많이 밑줄 그은 대목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글 솜씨가 아니라, 감정이 묻어나는 솔직함이니까요.
또 한 가지는 삶을 꿰뚫는 주제를 찾는 일입니다. 어떤 분은 ‘도전’이었고, 또 다른 이는 ‘가족’이었습니다. 주제를 붙잡아야 이야기가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처음엔 산만하게 흩어져 있던 기억이, 주제라는 실에 꿰이면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로 엮입니다. 이 과정을 혼자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편집자나 대필작가가 필요합니다.
대필작가는는 비평가가 아닙니다. 저자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확성기에 가깝습니다. 때로는 더 크게, 때로는 더 또렷하게 들리도록 조율해 줄 뿐이지요. 글을 잘 쓰느냐 못 쓰느냐가 관건이 아닙니다. 자기 이야기를 꺼낼 용기만 있으면 됩니다. 나머지는 함께 풀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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