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를 직접 할 때 꼭 알아야 할 것들
- 리퍼블릭 편집부

- 18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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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직접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대부분 이런 순서를 밟게 된다. 주제를 정하고, 목차를 짜고, 에피소드나 소재를 모아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순조롭다. 문제는 초고를 완성한 뒤에 찾아온다. '다 쓴 것 같은데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 혹은 '다 썼다고 생각했는데 편집자가 더 써야 한다고 한다'는 상황이다. 직접 책을 쓸 때 빠지기 쉬운 함정과 그 대처법을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다.
먼저, 초고는 완성이 아니라 출발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많은 분들이 목차에 맞춰 내용을 한 번 채우면 '원고를 다 썼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상태의 원고는 전체 뼈대를 세운 것에 가깝다. 편집자가 "여기서 1.5배는 더 써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양을 늘리라는 뜻이 아니라, 뼈대 위에 살을 붙이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축약된 설명을 풀어쓰고, 사례의 배경을 보충하며, 장과 장 사이의 맥락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분량은 저절로 늘어난다.
두 번째로, 독자의 눈높이를 의식하며 써야 한다. 직접 책을 쓰는 저자의 가장 흔한 실수는 자신에게 익숙한 내용을 독자도 알 것이라고 전제하는 것이다. 특정 업계의 관행, 특정 조직의 구조, 특정 프로젝트의 조건 같은 것들은 저자에게는 일상이지만 독자에게는 낯선 세계다. "이 정도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바로 그 지점이 독자가 글을 놓는 지점이다. 실제로 원고를 인쇄해서 주변 사람에게 보여주면, 화면으로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가독성 문제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종이 위에서의 읽기 경험은 모니터와 상당히 다르다.
세 번째, AI를 활용하되 AI의 흔적은 지워야 한다. AI를 글쓰기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이제 보편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AI가 생성하는 한국어 문장에는 특유의 패턴이 있다. 지나치게 우회적인 비유("현장의 시계는 다르게 돌아간다"), 영문 직역체 문장 구조, 그리고 실제 한국어 문맥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문학적 수사가 대표적이다. 이런 문장은 독자들이 즉시 알아챈다. AI의 학습 데이터가 영문 콘텐츠 중심이기 때문에, AI가 만들어내는 한국어는 본질적으로 번역투일 수밖에 없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우회적이고 기교적인 표현보다 직관적이고 간결한 서술을 택하는 것이다. 특히 비문학 분야의 글에서는 명확함이 세련됨보다 훨씬 중요하다.
네 번째, 전문 용어 처리에 신경 써야 한다. 자신의 직업적 경험을 글로 옮기다 보면 업계 용어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 단어 하나가 독자의 이해를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본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의미를 풀어주거나, 하단 주석으로 설명을 다는 것이다. 핵심은 '이 단어를 처음 접하는 독자가 문단을 건너뛰지 않고 계속 읽을 수 있는가'이다.
다섯째, 기업명이나 인물명 처리 기준을 초반에 정해두는 것이 좋다. 여러 회사를 거쳤거나 다양한 거래처와 일한 경험을 서술할 때, 어떤 기업은 실명으로, 어떤 기업은 이니셜로 처리하는 혼용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다만 한 기업에 대해 한번 이니셜 처리를 택했다면, 그 기업이 등장하는 모든 대목에서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 이 기준을 글을 다 쓴 후에 정리하려 하면 수정 작업이 상당히 번거로워진다.
여섯째, 이미지 활용도 초고 단계에서부터 구상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본문 수정 시 관련 이미지나 도표를 워드 파일에 함께 배치해두면, 글의 흐름을 파악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화질이 낮은 사진은 후반 작업에서 보정이 가능하지만, 신문 기사나 타인의 저작물에서 가져온 이미지는 저작권 확인이 필요하다. 직접 촬영한 현장 사진이나 업무 관련 자료 사진은 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좋은 소재가 된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일정 계획이 중요하다. 초고를 완성하고 편집자 피드백을 반영해 수정하는 데 통상 2~3주가 걸린다. 이후 전체 편집과 구성 조정, 디자인 작업, 인쇄와 유통까지 고려하면 초고 완성 후 출간까지 최소 2~3개월은 잡아야 한다. '빨리 내고 싶다'는 마음은 자연스럽지만, 원고의 완성도를 높이는 시간이 결국 책의 수명을 결정한다. 출간 후 서점에서 독자 반응이 오기까지의 시간도 감안하면, 전체 일정을 넉넉하게 안배하는 것이 현명하다.
책을 직접 쓰는 일은 분명 도전적인 작업이다. 하지만 위에 정리한 요소들을 의식하면서 초고를 다듬어 나가면, 편집자가 손을 대더라도 저자의 고유한 경험과 목소리가 살아 있는 원고가 만들어진다. 글의 완성도는 재능보다 수정 횟수에 비례한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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