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코칭, 독자를 사로잡는 글쓰기의 기술
- 리퍼블릭 편집부
- 7일 전
- 2분 분량

독자를 사로잡는 첫 문장의 기술
자서전 또는 단행본 출판 원고의 책쓰기 컨설팅을 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저자가 자신만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글로 옮기면 독자가 왜 이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 경우다. 내용은 분명 좋은데, 뭔가 허전하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 맥락이 잡히지 않는다. 이럴 때 빠진 것이 바로 '리드'다.
리드란 무엇인가
리드(lead)는 글의 서두에서 독자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단순히 '서론'이라고 부르기엔 그 기능이 더 적극적이다. 리드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는 일반적 서술, 즉 독자가 공감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배경 상황이다. 둘째는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려는지에 대한 방향 제시다.
예를 들어 해외 시장 진출 경험을 담은 비즈니스 에세이를 쓴다고 해보자. 저자는 곧바로 "두바이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라고 시작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왜 두바이인가? 그 시장이 왜 중요한가? 저자가 그곳에서 무엇을 발견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최소한의 배경이 먼저 깔려야 본론이 설득력을 갖는다.
리드 없이 쓰면 생기는 문제
리드가 빠진 원고는 마치 영화에서 오프닝 시퀀스 없이 곧바로 액션 장면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다. 긴장감은 있을지 몰라도, 관객은 왜 주인공이 뛰고 있는지 모른다. 감정이입이 어렵다. 자기계발서나 비즈니스 에세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저자의 경험이 아무리 생생하고 구체적이어도, 독자가 그 맥락을 모르면 글이 공허하게 느껴진다.
특히 전문 분야를 다루는 원고일수록 이 문제가 심각해진다. 저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배경 지식이 독자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울트라 스트레치 기술이 화제다"라고 써도, 그 분야를 모르는 독자는 그게 왜 중요한지 알 길이 없다. 리드는 바로 이 간극을 메워준다.
효과적인 리드 작성법
1. 일반적 서술로 시작하라
구체적인 경험담으로 들어가기 전에, 해당 주제에 대한 일반적인 상황을 먼저 제시하라. 통계 자료, 시장 동향, 업계의 공통된 인식 등이 좋은 소재가 된다. "2024년 기준 중동 디스플레이 시장은 전년 대비 2.4배 성장했다"와 같은 객관적 정보는 독자에게 신뢰감을 주면서 이야기의 무대를 설정해준다.
2. 설득 포인트를 명확히 하라
일반적 서술 다음에는 "그러나"나 "하지만"으로 전환점을 만들어라.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이렇게 하면 독자는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감을 잡게 되고, 본론을 읽을 준비가 된다. 기승전결 중 '기'와 '승'의 역할을 리드가 담당하는 셈이다.
3. 인사이트를 먼저 예고하라
경험담 나열형 글쓰기에서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 경험을 쭉 서술한 뒤 마지막에 가서야 "그래서 내가 깨달은 건 이것이다"라고 인사이트를 던지는 방식이다. 학술 논문이나 거시적 분석 보고서라면 이 구조가 적합하다. 하지만 경험 중심의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라면, 인사이트를 앞에 배치하는 편이 가독성이 높다. 독자는 결론을 알고 읽을 때 디테일을 더 집중해서 받아들인다.
챕터별 리드와 책 전체 리드
리드는 책 전체의 서문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각 챕터, 심지어 소주제마다 작은 리드가 있어야 글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진다. 파트 1의 첫 장을 연다면, 그 파트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를 먼저 제시하라. 그 안의 소주제를 다룰 때도 마찬가지다. "이 절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이다"라는 신호를 독자에게 보내야 한다.
이렇게 계층적으로 리드를 설계하면 독자는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에피소드가 전체 책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면서 읽게 된다. 그것이 좋은 구성의 핵심이다.
좋은 원고는 저자의 경험과 지식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구조와 흐름이 필요하다. 리드는 그 구조의 시작점이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먼저 독자에게 왜 이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설득하라. 배경을 깔고, 방향을 제시하고, 그다음에 본론으로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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