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대필 AI가 쓰면 속이 후련할까
- 리퍼블릭 편집부

- 3월 16일
- 2분 분량

다른 분야는 모르겠으나,
글 집필의 경우 AI는 마치 작가처럼 생각하고
상상해서 글을 써내는 것처럼 보인다.
아첨과 흉내를 잘 내는 AI는 작가처럼
비유와 상징을 동원하고, 심지어 문단의 구조를
파악한 뒤 문체까지 흉내내는 걸 보면,
'이야, 이거 소설가 저리 가란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글의 구조를 뜯어보는 전업 작가의
관점에서 보면, AI는 고성능 계산기에 불과하다.
기획은 일관성이 없고 추론은 의미의 맥락이
혼재되어 있으며 결론을 메시지 형태로 도출하는 데
서툴다. 진짜처럼 흉내내다가 진짜가 되는 게
인생이긴 하지만, AI는 결정적으로 윤리의식과
책임감이 없기 때문에 일을 매듭짓는 데 관심이 없다.
이게 자서전대필 작가로서 AI의 최대 단점이다.
출판사를 운영하다보니 하루에도 투고 형태의
글을 꽤 여럿 받는데, 읽어보면 열에 아홉은 AI 의
도움으로 쓴 티가 난다. 예전에는 상대에게
"AI로 쓰셨군요"라고 말해주었지만 이제는 입을 잠근다.
사람들은 책쓰기를 어려워하면서도 AI에게 글집필을
맡겼다는 사실에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다.
주변에서도 "이제 글도 AI가 다 쓰는데
자네 직업도 안전하지 않아"라고 걱정해주는
분이 가끔 있다. 아마 언젠가는 편집과 글 집필 업무도
AI에게 대체되고 말 것이다. 그걸 인정하지 않는 건
고집일 테지. 그런데 AI가 모든 글을 척척 써내는 시대가
온다고 해서 편집자라는 직업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편집증'이라는 말이 있듯, 글을 편집한다는 건
생각의 집요함으로 사물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AI가 무책임감을 내려놓고 말 그대로 사람처럼 걱정하고,
(걱정을 흉내내는 게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윤리의식에
대해 철학을 하는 날이 온다면, 그 또한 가능하리라 본다.
그런데 그런 날이 과연 올까? 의문이긴 하다.
왜냐하면 '왜 OOO가 의미가 있는가' 하는 질문은
인간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침팬지의 생애를
연구하는 제인 구달의 삶을 철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침팬지의 개체수를 보호하고 이를 국가정책으로
효율적으로 설계할지에 대해서는 박사급 논문 뺨치는
의견을 내겠지만, 동물을 돌보는 일에 평생을 바치는 인간의
정신을 AI가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날이 과연 올지는 아직
의문이긴 하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AI가 쓴 글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역으로 AI가 쓴 글들은 더 이상 의미의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 마차의 시대와 달리 요즘 자동차를 갖는 게 그리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자동차의 소유가 보편화된 요즘에
누군가는 수입차를 갖고 싶어지고, 누군가는 자율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갖고 싶어하는 것처럼, 인간의 욕망과 생각은
점점 진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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