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제작 실력은 아트워크도, 필력도 아니다.
- 리퍼블릭 편집부
- 13시간 전
- 2분 분량
백서제작 일을 계속
해오다보면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당연한 얘기겠죠.
업을 이어가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같은 고민을 하겠지만,
백서제작은 의뢰 빈도가 높지 않고
연중에 특정 시기에만
제작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일을 하면서 늘 그때 그때
'작업'을 쳐나가는 식으로
허겁지겁 일을 하게 되는 경향이 더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과거를 뒤돌아보면,
'꼭 기획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까.'
'디자인은 왜 그렇게 컨펌이 난 걸까.'
'구성을 조금 더 설득하지 못한 이유가 뭘까.'
등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외주를
받는 식이라면,
굳이 손도 많이 가고 비용도 많지
않은 백서제작에 그리 몰두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도태되느니
리드하는 게 낫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백서제작 시장이 크기가 줄었을지언정
여전히 수요가 있는 시장이고, 누군가, 어떤 기관은
좋든 실든 백서를 만들어야 하며, 그렇다면 어떤 백서제작
업체든 이 일을 더 잘해내지 않으면 이 분야가 결국
도태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백서제작에서 점점 더 나아진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글을 잘 쓰는 것?
기획을 잘하는 것? 디자인 아트워크?
AI가 예술 분야의 일자리를 지워가는 시대에,
콘텐츠나 디자인의 역량이 부족해서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는 업체는 없을 거라고 봅니다. 글은 당연히 잘 써야
하고 디자인은 더없이 훌륭해야 하죠.
척 보기에 그럴 듯하게
보기 좋은 백서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겨우 종이 몇 장의
실력차밖에 없다고 보긴 합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요소가
백서제작의 차별화 요소를
만드는 걸까요?
저는 그것이 '커스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의 상황에,
우리의 예산에, 우리의 조직구조에
아귀가 틀어지지 않도록 백서를
만들어줄 업체를 찾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백서를 잘 만드는 곳이야 많겠죠.
하지만, 제작 비용이 예산을 훌쩍 초과한다면?
외부 필자의 적합성이 맞지 않는다면?
업무 스타일과 백서 제작에
대한 관점이 제작사와 전혀 다르다면?
아마, 결과물이 아무리 좋아도
이런 곳과 일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커스텀'이 중요하다고 한 것이죠.
백서제작 업체가 정해지고 나면,
어쩔 수 없이 실무 F/T의
책임자와 손발을 맞춰서
최소 몇 달을 소통하며 일하게 됩니다.
이때, 담당자가 제작의 절대 원칙을 고수한다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겠죠.
제작 업체가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일은 계속 삐그덕거릴 겁니다.
백서 제작을 단기간에
진행하다보면 플랜B는 물론이고,
플랜C, 플랜D가 도출되어야
할 경우가 무척 흔한데..
이렇게 뒷일을 대비하지
못하는 곳이라면 더더욱 일은 꼬여만
가겠죠. 그러니 '커스텀'이란
단순히 백서 제작 발주처 담당자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 아닌 것입니다.

조율과 소통, 그리고 끊임없는 대안 제시,
무엇보다 백서 제작 자체적 요소 외에
무사히 일을 끝마치기
위해서 필요한 행정적 절차까지
제안할 수 있는 '커스텀'은
복잡한 컨설팅에 가깝습니다.
경험만 있어서도 안 되고,
머리가 좋아서 되는 일도 아니며,
오히려 공자의 말처럼
일의 선후종사를 가릴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할 일입니다.
폭풍우가 지나간 뒤에 맑개 갠 숲을 보면서
원래 그 숲이 그렇듯 평온하고 푸르렀을 거라고
짐작해서는 안 됩니다.
포트폴리오만 보고 그 과정의
지난함과 복잡함,
곤경과 시행착오의 흔적을 알아보지 못하면,
결국 그 숱한 위기의 순간을
우리가 고스란히 겪어내야 한다는
뜻일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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