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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집 취재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하면서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3월 2일
  • 2분 분량

소상공인진흥공단 관련 사례집 제작 때문에

전국을 돌고 있다. 20여 개 업체는 전국에 분포되어 있고

세상에 바쁘지 않은 사장님은 없기에

일망타진하는 식의 이상적인 취재 동선은 없다.

올해도 별자리를 그리듯, 전북에 갔다가 다시 인천으로

인천에서 자고 울산으로 내려가는 식이다.

내년에는 안 해야지, 하면서도 매년 한 번 씩은 이렇게

취재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이젠 거의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수도권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지방 숙소는 숙박 앱으로 예약하는 게 더 싸지

않더라. 앱으로 이런저런 쿠폰을 받아 8만원에 할인

받아서 방을 잡으면, 막상 호텔 입구에는 1박에 7만원,

하고 붙어있는 식이다. 그날 취재가 끝나면 조기 입실.

입실하고 옷 갈아 입고 샤워를 한 뒤,

등받이 의자가 있는 식탁에 앉아서 저녁까지 원고를

쓰는 일상이 10일째 반복된다.

그쯤되면 행색은 이미 꾀죄죄하고, 거울은 쳐다도 보기

싫어진다. 이걸 10년 가까이 하면 이제는 상대가

나를 뭐라고 생각하든 말든 신경 안 쓰는 경지가 된다.

상대도 어지간하면 기름진 얼굴에 야구모자를 눌러쓴

작가쯤은 아무렇지 않다는 투.

사례집 취재는, 솔직히 체력이 달려서 피로할 뿐

어렵지는 않다. 정해진 컨셉이 있고 어떤 말을 들어야

할지 알고 있으며, 의뢰한 쪽이 무엇을 의도하고 이 업체를

골랐는지 알고 있다. 발주처의 실무자는 대개 나보다 젊은

분으로, 오히려 진행 과정의 조언을 구할 때가 더 많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저 주어진 일을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아주 가끔 왜 1시간 반을 취재하려고 3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이런 곳까지 와야 할까,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장에 오면 깨닫게 된다. 왜 그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야 하냐면,

사실 사례집 취재 기사는 나 혼자 쓰는 것 같아도

취재원과 내가 같이 추는 춤처럼 함께 써야 하기 때문이다.

줌으로 보거나 메일로 서면 자료를 받았다면, 우리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춰야 할지 결코 알 수 없다.

그리고 각각의 취재 경우마다 들려오는 음악의 장르가

다 다르다보니, 결국 어떤 음악이 나올지는 플로어에

나가봐야 알게 된다.

아주 조금은, 여행처럼 취재를 다니는 '맛'을 알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무슨 짓을 해도 취재가 여행 같지 않았다.

돈도 벌고 못 가본 곳도

구경 가고 얼마나 좋느냐, 고 사정 모르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말에 코웃음쳤는데 이젠 그 말이 맞다고

인정하게 되었다. 30분씩, 1시간씩 간이역에 앉아서

멍하게 하늘을 쳐다보는 시간은 꼭 여행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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