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보고서를 백서로 만들 때 드는 비용
- 리퍼블릭 편집부

- 11월 10일
- 3분 분량

매년 12월이 되면 상담 전화가 폭주합니다. "내년 1월까지 결과보고서 만들 수 있어요?" 한 해 사업을 정리하는 시즌이니까요. 그런데 첫 미팅에서 자료를 받아보면 고민이 시작됩니다. 엑셀 파일 스무 개, 파워포인트 열 개, 사진 폴더 다섯 개. "이거 다 넣어주세요."
문제는 양이 아닙니다. 이 자료들을 어떻게 엮어내느냐가 진짜 문제죠.
보고서는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작년에 한 시청의 청소년 사업 보고서를 맡았을 때 이야기입니다. 담당자분이 처음 건넨 건 300페이지짜리 사업 결과 정리 파일이었습니다. "1년 치 사업이 다 들어있어요. 100페이지 정도로 줄여주시면 됩니다."
아니었습니다. 줄이는 게 아니라 재구성하는 일이었으니까요.
첫 2주는 온통 기획입니다. 이 보고서를 누가 볼까요? 시의회 의원들, 내년 예산 심의하는 공무원들, 사업에 관심 있는 시민단체들. 같은 내용이라도 누구를 향해 말하느냐에 따라 구성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우리는 "청소년들의 변화"를 중심축으로 잡았습니다. 예산 집행 내역이나 행사 일정표는 뒤로 빼고, 실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의 전후 변화를 앞에 배치했죠.
그다음 3주는 자료와 씨름합니다. 설문조사 결과, 만족도 통계, 참여자 수 같은 숫자들을 어떻게 보여줄까요. 한 환경단체 보고서에서는 대기질 데이터를 그래프로 만들되, 단순히 수치 변화가 아니라 "이 변화가 우리 동네 아이들 천식 발병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함께 풀어냈습니다. 숫자는 그냥 숫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과 연결될 때 힘이 생깁니다.
한 지역아동센터 보고서에서는 참여 아동 인터뷰를 넣었습니다. 통계로는 "학업성취도 15% 향상"이지만, 열다섯 살 민지가 "선생님, 저 처음으로 학원 안 가고 수학 문제 풀었어요"라고 말한 순간의 감동을 어떻게 숫자로 담겠습니까.
디자인은 그다음 문제입니다. 한 중견기업이 브랜드 컬러인 진한 남색으로 보고서를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그 색이 80페이지 내내 쓰이면 눈이 피곤하다는 거였죠. 우리는 메인 컬러는 살리되, 장마다 톤을 조금씩 달리하고, 여백을 충분히 두는 걸로 해결했습니다.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정보량도 조절했고요.
인포그래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한 학교 보고서에서 5년간 진학률 변화를 표로 만들었더니 담당 교사가 "이거 이해하는 데 30초 걸리는데요?"라고 하더군요. 같은 내용을 그래프로 바꾸자 5초 만에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지막 검토는 최소 3번입니다. 한 번은 내용 검토, 한 번은 디자인 검토, 한 번은 인쇄 전 최종 검토. 한 공공기관 보고서에서 전문가 자문을 받았는데, "36페이지 그래프에 2019년 데이터가 2018년으로 잘못 표기됐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발견하지 못했으면 큰일 날 뻔했죠.
출력 단계에서도 변수가 많습니다. 한 시청은 PDF와 함께 웹 버전을 만들어 QR 코드로 접근하게 했는데, 젊은 층 반응이 훨씬 좋았다더군요.
이것만은 꼭 주의하세요
일관성 없는 보고서만큼 신뢰를 깎아먹는 게 없습니다. 어떤 보고서는 앞에서는 고딕체 쓰다가 뒤에서 명조체로 바뀌고, 어떤 건 그래프 색깔이 페이지마다 달랐습니다. 한 재단 보고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서체, 같은 색상 체계, 같은 여백 규칙을 지켜서 전체가 한 권의 책처럼 읽혔습니다.
독자를 생각 안 하고 만든 보고서는 금방 티가 납니다. 전문가를 위한 보고서인데 용어 설명이 없거나, 일반 시민을 위한 건데 전문 용어 투성이거나.
법적 문제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한번은 행사 사진에 찍힌 아이들 얼굴 모자이크 없이 그냥 실었다가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전량 폐기한 적도 있습니다. 데이터 출처도 명확히 밝혀야 하고요.
일정은 여유 있게 잡으세요. "2주면 되죠?"라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50페이지 보고서를 제대로 만들려면 최소 한 달은 잡아야 합니다. 한 단체는 촉박한 일정 때문에 검수를 제대로 못 해서 오탈자가 열 군데 넘게 나왔습니다.
비용은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기획과 원고는 보통 100만원에서 300만원 사이입니다. 한 기업은 보고서 전체 방향을 잡는 데 외부 전문가를 불러서 일주일간 워크숍을 했는데, 그것만 250만원 들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보고서 방향이 명확해졌고, 뒤에 작업이 훨씬 수월했죠.
디자인 비용은 페이지당 10만원에서 20만원 정도 보시면 됩니다. 단순히 텍스트 배치만 하는 게 아니라 인포그래픽 만들고, 사진 보정하고, 도표 재작업하는 것까지 포함한 금액입니다. 한 재단은 50페이지 보고서를 500만원에 만들었는데,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인쇄는 부수와 품질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보통 부당 5천원에서 1만원 정도인데, 소량 제작이면 단가가 올라갑니다. 한 단체는 친환경 용지를 써서 부당 1만 5천원 나왔지만, "환경단체답다"는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요즘은 웹 기반 인터랙티브 보고서도 많이 만드는데, 이건 개발비가 따로 들어서 최소 500만원은 잡아야 합니다. 한 공공기관이 이런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2030세대 조회수가 기존 PDF보다 3배 높았습니다.
대행사 고를 때는 이것부터 보세요
포트폴리오 꼼꼼히 보십시오. 특히 우리 기관과 비슷한 성격의 보고서를 만든 경험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어떤 회사는 기업 보고서는 잘 만드는데 공공기관 보고서는 감이 없더라고요.
소통이 제일 중요합니다. 제작 중간중간 확인하고 피드백 주고받는 게 편해야 합니다. 한 업체는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 상황 보고하고 다음 주 일정 조율했는데, 덕분에 수정 작업이 최소화됐습니다.
견적서 받으면 숨은 비용 없는지 확인하세요. "추가 수정 1회당 50만원"이라든지, "인쇄 단가에 제본비 불포함" 같은 게 나중에 튀어나오면 곤란하죠.
일정 지키는 업체인지는 레퍼런스 확인하세요. 납기일 어긴 적 있는지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사후 지원도 중요합니다. 보고서 나오고 나서 "여기 오타 있는데요?" 했을 때 바로 수정해주는지, 추가 비용 청구하는지 미리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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