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책 대필작가와 AI라는 양날의 검
- 리퍼블릭 편집부

- 7일 전
- 2분 분량

사람들은 편하게, 좋은 글을 쓰고 싶어서
전문 대필작가에게 맡깁니다.
사람보다 싸고 곱절은 편리한
AI가 나타나면서 책쓰기 시장에도 거대한
지각변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라고
쓰게 될 줄 알았지만 상황은 반대네요.
챗지피티로 서툴게 정리한 글을
'굉장한' 원고라고 목청을 높이면서
찾아오는 분들의 글을 보면서
저는 속으로 꽤 안도했었더랬습니다.
'아, 아직까지 대필작가는 대체될 수 없는
직업이구나.'하고 말이죠.
잘 쓴 글과
못 쓴 글의 차이
좋은 글을 보는 관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좋다, 나쁘다의
관점은 문장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는
취향과 성향의 문제니까요.
하지만 '잘 쓴 글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꽤 명확합니다. 내가 보기에 별로 안 좋은
글도 꽤 잘 쓴 글일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죠.
챗지피티가 쓴 글은 '못쓴 글'에
가깝습니다. 물론, 질문을 현명하게
던진다면 못쓴 글을 어느 정도는 만회해서
돌려줍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번더
'문학성'이라는 엄격성을 갖다 대면 챗지피티의
글은 아니올시다, 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런 비유가 적당할 지 모르겠지만,
글쓰기를 사람의 뜨개질에 비유한다면,
챗지피티의 글은 기계에서 자동으로
뽑혀나온 철사뭉치가 제멋대로
엉켜있는 형국이랄까요.
기계 특유의 압축적 비약과
더 이상 고쳐질 것 같지 않은 '번역투'
문장은 사실 한국어라는 특수한 언어로
해석되기에는 걸림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물론 이런 언어적 감수성이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 어떤 글은 꽤 '정제된' 것처럼 보일 순
있을 겁니다.
실제로 최근에 읽은 유명 경제잡지,
그리고 적잖은 팔로워 수를 보유한 뉴스레터
구독채널의 에디터의 글에서도 챗지피티의
흔적이 보이더군요. 저는 그 대목을 발견하고
해당 매체의 구독을 곧바로 끊었습니다.
(구독을 왜 끊는지 설명하면 개선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어서)
월 9,900원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트렌드 리포트 성격의 매체이지만,
콘텐츠를 업으로 다루는 사람들이
챗지피티를 도구로 삼는 것을 넘어서
챗지피티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면, 그 매체의
앞날은 안 봐도 뻔한 것이고,
무엇보다 그런 글을 매일 같이 읽게 되면
저 역시도 챗지피티가 쓴 글이 '잘 썼다'고
환각(!)이 생길 것 같아서요.
참고로 챗지피티의 도움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챗지피티에 의존한 글과 챗지피티를
도구로 쓰는 글은 차원이 다르고, 저 역시도
도구적 맥락에서는 챗지피티를 거의
'노예'처럼 부리고 있으니까요.
끌려가느냐, 끌고 가느냐의 차이이고
아직까지 책쓰기의 영역에서는 챗지피티에
끌려다니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직업이 대필작가인 저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고, 챗지피티로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에세이, 자기계발서를
대필하는 저 같은 작가들의 '몸값'은
점점 더 올라갈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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