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획출판, 제대로 알고 시작하기
- 리퍼블릭 편집부

- 3일 전
- 4분 분량

처음 책을 내는 당신에게 - 반기획출판, 제대로 알고 시작하기
"원고는 다 썼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전문 작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바로 이것이다. 출판사 문을 두드려봐도 신인 작가에게 선뜻 손 내미는 곳은 많지 않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반기획출판'이라는 선택지를 고민하게 된다.
반기획출판은 기존의 POD(주문형 출판)와는 다른 방식이다. POD가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책을 찍어내는 시스템이라면, 반기획출판은 일정 비용을 투자해 실제 출판사처럼 책을 기획하고 편집해서 서점에 유통하는 과정을 밟는다. 말 그대로 '반쯤은 기획출판'인 셈이다.
최근 한 예비 작가가 셀더북이라는 출판사와 상담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반기획출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출판 과정, 생각보다 체계적이다
상담 내용에 따르면, 원고의 완성도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면 기획편집부터 교정교열, 디자인을 거쳐 서점 유통까지 약 두 달이 소요된다고 한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이다. 다만 원고 분량이 적거나 문장 구성이 미흡한 경우에는 유문 편집비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 원고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이다. "글은 거의 다 완성시켜놨는데"라고 생각하더라도,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다듬어야 할 부분이 꽤 있을 수 있다. 상담 초반에 원고 상태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나누고,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을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비용 구조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 출판사의 경우 기본 비용이 128만 원이다.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이 비용에는 기획편집, 교정교열, 디자인, 그리고 1년간의 서점 유통이 포함된다. 저자는 책 10부를 받게 되고, 판매 인세는 10%다.
결제는 착수 시점에 절반, 책 완성 후 절반을 나눠서 하는 방식이다. 카드 결제는 되지 않고 계좌이체만 가능하다는 점도 알아두자. 이런 결제 방식은 출판사마다 다를 수 있으니, 여러 곳과 상담하면서 비교해보는 게 현명하다.
중요한 건 투명성이다. 기본 비용 외에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이 무엇인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숨은 비용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유문 편집비가 추가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 그 기준이 무엇인지, 대략적인 금액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1년간의 서점 유통, 그 이후는?
이 출판사는 1년 동안 자신들의 비용으로 서점에 책을 공급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1년 후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 계약이 자동으로 종료되는지, 연장을 원한다면 추가 비용이 드는지, 책의 저작권과 판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서점 유통'이라는 말의 실체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대형 온라인 서점인지, 오프라인 서점도 포함되는지, 몇 개 서점에 입점되는지 등 구체적인 유통 범위를 물어봐야 한다. 같은 '서점 유통'이라도 교보문고, 예스24 같은 주요 온라인 서점에 입점되는 것과 소규모 서점 몇 곳에만 유통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인세 10%, 현실적인 숫자일까
인세 10%라는 숫자를 들으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정가 대비 10%'인지 '판매가 대비 10%'인지, 아니면 '출판사 수익의 10%'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 한 권 정가가 15,000원이라면 1,500원을 받는 건지, 할인된 판매가 기준인지에 따라 실제 수익은 크게 달라진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반기획출판으로 나온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초판이 대개 100~200부 수준이고, 이 중 절반이 팔린다면 선방한 것이다. 128만 원을 투자해서 인세로 회수하려면 상당한 판매량이 필요하다. 책을 내는 목적이 수익인지, 아니면 내 이야기를 세상에 남기는 의미인지 분명히 하고 시작하는 게 좋다.
POD와 반기획출판, 뭐가 다를까
통화 중 "POD인가요, 아니면 그냥 출판사인가요?"라는 질문이 나온다. 이건 많은 예비 저자들이 헷갈려하는 지점이다.
POD는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책을 인쇄하는 방식이다. 초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재고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책의 퀄리티가 일반 출판물보다 떨어질 수 있고, 서점 유통이 제한적이다.
반면 반기획출판은 일정 부수를 인쇄해서 실제 서점에 유통하는 방식이다. 비용은 더 들지만, 제대로 된 '책'의 형태를 갖출 수 있고 서점에서 독자들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 어떤 방식이 더 나은지는 각자의 목적과 예산에 달려 있다.
상담 전에 준비할 것들
반기획출판을 고민하고 있다면, 출판사와 상담하기 전에 다음 사항들을 점검해보자.
원고는 정말 완성되었는가. '거의 다 완성'과 '완전히 완성'은 다르다. 적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흐름으로 읽히는 초고가 있어야 한다. 분량은 적절한가. 책으로 만들기에 너무 짧거나 길지 않은지 확인하자. 일반적으로 200자 원고지 500~800매 정도가 적당하다.
투자할 수 있는 예산은 얼마인가. 기본 출판 비용뿐 아니라 추가 편집비, 마케팅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책을 내는 목적이 무엇인가. 수익을 기대하는가, 아니면 기록으로 남기는 게 목적인가. 이에 따라 선택할 출판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조심해야 할 신호들
반기획출판 시장에는 아쉽게도 좋지 않은 업체들도 있다. 이런 신호가 보인다면 주의하자.
계약 조건이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구두로만 약속하는 경우, 초기 상담 때부터 과도하게 높은 판매 부수를 장담하는 경우, 추가 비용에 대한 설명 없이 계약을 서두르는 경우, 다른 저자들의 사례나 출판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
무엇보다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야 한다. 법률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이해되지 않는 조항이 있다면 반드시 질문하고 명확한 답변을 들어야 한다.
책을 내는 건 시작일 뿐이다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돈을 지불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책이 나오면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출판사가 기본적인 유통은 해주지만, 실제로 책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건 대부분 저자의 몫이다.
SNS를 통한 홍보, 지인들에게 알리기, 독자와의 소통 등 저자가 직접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특히 반기획출판으로 나온 책은 대형 출판사의 책들과 달리 언론 노출이나 서점 진열 혜택이 적기 때문에, 저자 스스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현실적인 이야기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일은 여전히 의미 있는 도전이다. 전문 작가가 아니어도, 베스트셀러를 꿈꾸지 않더라도, 내 경험과 생각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영감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다만 똑똑한 선택을 하자. 여러 출판사와 상담해보고, 계약 조건을 꼼꼼히 비교하고, 무엇보다 내가 왜 책을 내고 싶은지 그 이유를 분명히 하자. 그래야 나중에 후회 없이, "그래, 나는 내 책을 세상에 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책을 내는 일은 설레면서도 두렵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고 현명하게 선택한다면, 그 두려움은 곧 성취감으로 바뀔 것이다. 당신의 이야기가 책이 되어 누군가의 책장에 꽂히는 그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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