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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 편집의 어려움, 여러 손을 거친 원고, 어떻게 하나로 엮을 것인가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1월 8일
  • 2분 분량

백서 편집의 어려움, 여러 손을 거친 원고, 어떻게 하나로 엮을 것인가

기관 백서를 만들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황에 부딪힌다. 각 부서에서 취합한 원고를 합쳐 놓으니 앞부분은 술술 읽히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뭔가 답답하다. 내용은 분명 충실한데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숨이 막힌다. 담당자들은 고민에 빠진다. 디테일을 살리자니 가독성이 떨어지고, 가독성을 높이자니 중요한 내용이 날아갈 것 같다.

이 딜레마의 본질은 사실 '내용의 양'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구성의 일관성이다. 백서처럼 여러 사람이 분담해서 쓰는 문서는 각 장마다 정보를 배치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쉽다. 어떤 장은 개념 정의부터 시작하고, 어떤 장은 추진 경위부터 나열한다. 어떤 장은 박스 기사를 활용해 보조 정보를 분리했고, 어떤 장은 본문에 모든 걸 때려 넣었다. 독자 입장에서는 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책을 읽는 느낌이 든다.

해법은 '공통 분모'를 먼저 정하는 것이다. 각 장이 공유할 기본 골격을 미리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배경 → 추진 내용 → 성과 → 의의" 같은 흐름을 정해두면, 어느 장을 펼쳐도 독자가 지금 어디쯤 읽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정보 박스 역시 마찬가지다. 박스에 어떤 성격의 내용을 담을지, 박스의 구성 요소는 무엇으로 할지 미리 템플릿을 만들어두면 전체적인 톤이 맞아 들어간다.


둘째, 밀도의 균형이다. 백서 작성 과정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 있다. 검토자가 "이 부분 내용이 부실하다"고 지적하면 담당자는 관련 자료를 더 넣는다. 그러다 보면 어떤 장은 빽빽해지고 어떤 장은 상대적으로 허전해 보인다. 문제는 이게 반복될수록 원고가 누더기처럼 된다는 점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덜어내는 용기'가 아니라 '옮겨 담는 지혜'다. 본문이 너무 무거워졌다면 보조 정보를 박스나 부록으로 분리하는 방법이 있다. 예컨대 법령 개정 연혁이나 세부 절차 같은 내용은 본문에서 핵심만 언급하고, 상세 내용은 박스로 빼는 식이다. 내용을 버리는 게 아니라 자리를 옮겨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다. 편집자가 손을 대기 전에 반드시 '더 넣을 내용이 남아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아직 추가될 내용이 있는 상태에서 가독성 작업을 하면 이중 작업이 된다. 담당 부서에서 "이제 내용은 다 들어갔다"는 확인을 받은 뒤에 구조 조정에 들어가는 게 순서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조언 하나. 워크숍을 또 열어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는 건 대부분 비효율적이다. 이미 상당 부분 완성된 원고라면, 편집 방향을 담은 샘플을 먼저 만들어 보여주는 게 낫다. 백 마디 설명보다 한 장의 시안이 빠르다. "이렇게 정리하면 어떻겠습니까"라고 구체적인 예시를 들고 가야 결정권자도 판단할 수 있고, 실무자도 방향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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