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형 대필을 선택한 저자들이 끝내 다시 돌아오는 이유
- 리퍼블릭 편집부

- 7시간 전
- 2분 분량

며칠 전 아침,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교재를 전자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문의였죠.
페이지 수, 편집 상태, ISBN 발급까지 대략적인 절차를 설명해드리니, 상대방은 곧장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그런데 최저가로 해주시는 데는 아니신가 봐요?”
순간, 편집자로서 오랫동안 들었던 질문들이 주마등처럼 스쳤습니다.
그리고 저는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말씀드렸죠.
“최저가만 찾으신다면… 저희와는 잘 안 맞으실 거예요.”
이 대답을 듣고 전화를 끊는 분도 많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일주일 혹은 한 달 뒤 다시 연락을 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왜일까요?
1. ‘저가’는 결국 ‘저가의 결과물’로 돌아온다
대필은 타자 노동이 아닙니다.
한 문장을 세우기 위해 저자는 수년의 경험을 건네고, 편집자는 그걸 작품처럼 빚어 올리죠.
그런데 저가형 대필의 대부분은 이런 과정이 없습니다.
녹취록만 받아 기계적으로 옮긴 문장
논리 연결 없이 수습이 안 되는 단락
표절 검사도 안 한 원고
표지와 본문 모두 템플릿 복붙
이런 원고가 전자책 플랫폼에 올라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리디북스·구글·네이버 모두 “품질 신뢰도”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한 번 의심을 받으면 향후 출간하는 책 전체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전자책이니까 대충 해도 된다”는 오해
전자책은 오히려 종이책보다 더 냉정합니다.
서점 테이블에 놓여 고객이 우연히 눈길을 주는 일도 없습니다.
추천 알고리즘은 문장력·독자 반응·리뷰 신뢰도로만 판단하죠.
그래서 전자책 시장에서는 완성도가 곧 생존력입니다.
하지만 저가형 대필은 ‘급하게 만드는 책’이 대부분입니다.
얼핏 보면 출간은 되었지만, 다음과 같은 결과가 따라옵니다.
판매 0~10권
별점 1~2점
“이해가 안 되는 문장”, “편집이 엉망” 같은 혹평
저자 브랜드 이미지 하락
그리고 그 타격은 생각보다 오래갑니다.
3. “싼 데서 해왔는데 고쳐주세요”라는 요청
저가 대필 원고를 가져오시는 분들의 패턴이 있습니다.
목차가 뒤죽박죽
말투가 일관되지 않음
핵심 메시지가 없음
챕터는 많은데 내용密度는 없음
인용·통계 출처가 불명확
그 결과, 고쳐달라는 요청에서 대부분 비용은 최초 대필 비용의 2~5배가 됩니다.
저가형에서 한 번 무너진 글을 고치는 데 시간이 훨씬 더 들기 때문입니다.
4. 전자책은 ‘출판’이 아니라 ‘브랜딩’이다
대필을 가장 저렴하게 하려는 분들은 종종 “그냥 하나 올려두는 용도”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전자책은 저자 브랜드의 첫 인상입니다.
강의나 사업을 하시는 분이라면 책이 명함이 됩니다.
작가를 꿈꾸는 분이라면 첫 출간이 평생 경력으로 남습니다.
전문성을 증명해야 하는 경우라면 책의 품질이 자격증보다 강력한 신뢰가 됩니다.
이 브랜드 가치를 생각하면, 대필에서 ‘저가 전략’을 쓰는 건 가장 치명적인 선택이 됩니다.
5. 편집자가 결론적으로
저는 수많은 저자를 만나왔고, 수많은 원고를 고쳐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확신하게 된 진실은 아주 단순합니다.
“싼 대필은 결국 비싸진다.”
전자책은 누구나 출간할 수 있는 시대지만,
누구나 읽히는 책을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당장의 비용을 아끼는 선택이 결국 저자의 시간을, 신뢰를, 브랜드를 더 큰 비용으로 갚게 만듭니다.
책은 버전업이 가능한 콘텐츠가 아닙니다.
한 번 세상에 공개된 문장은 삭제되지 않고, 검색 결과 어딘가에서 계속 저자를 따라다닙니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저는 오늘도, 저가형 대필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어설픈 책을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된 한 권을 만드는 데 시간을 들이시는 저자님을 지켜드리는 게
편집자인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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