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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필작가가 말하는 AI가 따라올 수 없는 상위 1%의 글쓰기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12월 10일
  • 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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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일단 끝까지 써라

— 완벽주의를 버리고 원고를 완성하는 실전 집필 전략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 "이렇게 쓰면 되는 건가요?" 한 챕터를 쓰고, 혹은 에피소드 하나를 쓰고 나서 묻는다. 방향이 맞는지, 분량이 적당한지, 문체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초고 단계에서 그런 점검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왜 초고는 '일단' 써야 하는가

글쓰기에는 두 가지 모드가 있다. 하나는 생성 모드, 다른 하나는 편집 모드다. 문제는 이 두 모드가 동시에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글을 쓰면서 동시에 고치려고 하면, 뇌는 혼란에 빠진다. 아이디어가 흘러나오다가 멈추고, 문장을 다듬다가 맥이 끊긴다. 결국 진도는 나가지 않고, 원고는 몇 페이지에서 멈춰버린다.

초고 단계에서는 생성 모드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고, 해야 할 말이 있다면, 그것을 유감없이 쏟아내는 것이 먼저다. 문장이 어색해도, 구성이 엉성해도 상관없다. 일단 끝까지 가야 한다. 수정과 보완은 그다음 문제다.

목차대로 쓰되, 유연하게 조정하라

책을 쓰기 전에 목차를 짜는 것은 필수다. 파트, 챕터, 절의 구조를 미리 설계해두면 전체 그림이 보인다. 하지만 목차는 고정된 설계도가 아니라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에 가깝다. 실제로 쓰다 보면 처음 계획과 달라지는 부분이 생긴다. 어떤 챕터는 생각보다 분량이 많아지고, 어떤 챕터는 합쳐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권하는 방법은 이렇다. 목차 순서대로 쓰되, 중간에 목차를 수정해가며 진행하라. 에피소드를 쓰다가 "이 내용은 다른 챕터에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면 목차를 조정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쓰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소제목으로 글을 쪼개라

초고를 쓸 때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 하나의 주제를 잡고 그냥 쭉 써내려가는 것이다. 글이 술술 나올 때는 좋지만, 나중에 정리할 때 골치가 아파진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하나의 논점인지 구분이 안 되기 때문이다. 본인도 자기가 쓴 글의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소제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하나의 챕터 안에서도 내용이 바뀔 때마다 작은 제목을 달아라. 예를 들어 "두바이 시장 진출기"라는 큰 주제를 쓴다면, 그 안에 "키맨과의 첫 만남", "현지 파트너 발굴 과정", "예상치 못한 문화적 장벽" 같은 소제목을 중간중간 넣는 것이다.

소제목은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 쓰는 사람에게 방향을 잡아준다. 지금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게 된다. 둘째, 나중에 구조를 파악하고 편집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초고 단계에서는 소제목이 많을수록 좋다. 나중에 합치거나 없앨 수 있지만, 없는 것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집필 리듬을 찾아라

"얼마나 자주 써야 하나요?"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글쓰기 리듬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날을 잡고 몰아서 쓰는 게 맞고, 어떤 사람은 매일 조금씩 쓰는 게 맞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리듬을 찾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기준을 제시하자면, 일주일에 최소 한두 개의 에피소드나 소주제는 완성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한 달 반에서 두 달 안에 초고를 마무리할 수 있다. 진도가 너무 느리면 앞에 쓴 내용을 잊어버리고, 전체 맥락을 놓치기 쉽다. 반대로 너무 무리하면 글이 억지스러워진다. 내가 쓰고 싶어지는 때, 잘 써지는 날을 활용하되, 최소한의 페이스는 유지하라.

초고가 있어야 편집이 있다

결국 핵심은 이것이다. 초고가 없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엉성하고 부족한 초고라도 있어야 다듬고 보완할 수 있다. 빈 화면을 붙들고 완벽한 첫 문장을 고민하는 것보다, 일단 무엇이든 써놓는 것이 낫다.

좋은 책은 고쳐 쓰기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고쳐 쓰려면 먼저 쓴 게 있어야 한다. 완벽주의를 잠시 내려놓고, 목차를 펼치고, 오늘 쓸 수 있는 만큼 써라. 그 축적이 쌓이면 어느 순간 초고가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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